2009년 05월 29일
2009년 5월 29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날
5시에 눈이 떠졌다. 거실에서 들리는 텔레비젼 소리 때문이었다. 흐느끼는 소리에, 시작이구나 싶었다.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잠을 더 자보려 애썼다. 소용 없었다. 포기하고 거실로 나가니 봉하마을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열하고 있다. 한참만에 운구차량으로 영전 사진이 실리고 느릿느릿 일련의 차량이 봉하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불쑥불쑥 눈물이 나 소리내지 않고 울었다.
꾸역꾸역 아침을 먹었다. 목이 메인다. 울었기 때문인가보다, 생각하면서 반 공기를 다 비웠다. 먹자마자 목구멍이 답답하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냈다. 아침부터 우악스럽게 웩웩거리기 싫어 불편한 속을 꾹 참았다.
운전하는 15분. 늘 듣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듣기 싫어 채널을 돌리다 이제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목소리를 들었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그 목소리를 들으니 더는 참을수가 없었다. 15분을 소리내 엉엉 울었다. 그 사이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회사가 시청과 가까워 점심 시간보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와 시청으로 향했다. 노란색 풍선을 들고 종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운집해있다. 그 속에서 함께 영결식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 싫은 얼굴이 영결식 주변에 보이는 게 짜증났지만 되려 독하게 기억해주겠다,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서울역 앞에서 운구차량이 지나는 것을 봤다. 사진 속 그 분은 온화하게 웃는다. 언제나 푸근하게 진심으로 웃던 분이다. 그 웃음을 스스로 거두겠다고 한 다짐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조금 전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그분의 마지막 모습을 생중계로 봤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가시는구나, 싶다.
나의 첫번째 대통령을, 나는 마음으로 좋아했다. 그 분은 언제나 응원해주고 싶은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었다.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비난했지만 어떤 때이든 나는 그 분이 좋았다. 사람다워서. 드물게 사람다워서. 나는 진즉 포기한 평생 운동하며 살겠다는 그 다짐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 그 분이 아름다워서.
그 분이 있을 때 늘 행복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자유로웠다. 나는 그 자유가 역사의 수순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유없이 경찰들 앞에서 고개 숙이던 행동이 사라진 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줄 알았다. 운동하는 선후배들이 사라지고 운동권을 시대의 유물로, 허영으로, 겉멋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세상이 살만해졌기 때문인 줄 알았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나는 역사의 진보를 믿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나아간다고 믿었다. 역사는 늘 진실로 간다고 믿었다.
오늘, 내 어리석은 믿음이 부끄럽다. 새삼 그 분이 나의 대통령으로 나타난 그 사실이 놀랍다. 그것이 가벼이, 사건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앞서서 나간 이들이 지키고 가꿔온 것을 이렇게 망가뜨린 내 어리석은 믿음이 부끄럽다.
운구차량이 봉하마을을 나서던 순간, 그곳에 모인 추모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한 나라의 지도자가 스스로를 증명할 길 없어 자살하는 나라, 억울하게 자살하는 이가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분의 예전 말씀이 생각나 분하고 원통하다.
그 분을 보낸다. 하지만 마음에 영원히 새긴다. 원치 않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지만 이런 후회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의 뒤를 이어 살게 될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니까. 그 분이 내게 그것을 남기고 가셨으니까.
이제 정말, 안녕히 가시길. 평안하시길. 부디, 평안하시길.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잠을 더 자보려 애썼다. 소용 없었다. 포기하고 거실로 나가니 봉하마을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열하고 있다. 한참만에 운구차량으로 영전 사진이 실리고 느릿느릿 일련의 차량이 봉하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불쑥불쑥 눈물이 나 소리내지 않고 울었다.
꾸역꾸역 아침을 먹었다. 목이 메인다. 울었기 때문인가보다, 생각하면서 반 공기를 다 비웠다. 먹자마자 목구멍이 답답하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냈다. 아침부터 우악스럽게 웩웩거리기 싫어 불편한 속을 꾹 참았다.
운전하는 15분. 늘 듣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듣기 싫어 채널을 돌리다 이제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목소리를 들었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그 목소리를 들으니 더는 참을수가 없었다. 15분을 소리내 엉엉 울었다. 그 사이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회사가 시청과 가까워 점심 시간보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와 시청으로 향했다. 노란색 풍선을 들고 종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운집해있다. 그 속에서 함께 영결식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 싫은 얼굴이 영결식 주변에 보이는 게 짜증났지만 되려 독하게 기억해주겠다,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서울역 앞에서 운구차량이 지나는 것을 봤다. 사진 속 그 분은 온화하게 웃는다. 언제나 푸근하게 진심으로 웃던 분이다. 그 웃음을 스스로 거두겠다고 한 다짐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조금 전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그분의 마지막 모습을 생중계로 봤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가시는구나, 싶다.
나의 첫번째 대통령을, 나는 마음으로 좋아했다. 그 분은 언제나 응원해주고 싶은 희망과 용기의 상징이었다.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비난했지만 어떤 때이든 나는 그 분이 좋았다. 사람다워서. 드물게 사람다워서. 나는 진즉 포기한 평생 운동하며 살겠다는 그 다짐을 온 몸으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 그 분이 아름다워서.
그 분이 있을 때 늘 행복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자유로웠다. 나는 그 자유가 역사의 수순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유없이 경찰들 앞에서 고개 숙이던 행동이 사라진 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줄 알았다. 운동하는 선후배들이 사라지고 운동권을 시대의 유물로, 허영으로, 겉멋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세상이 살만해졌기 때문인 줄 알았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나는 역사의 진보를 믿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나아간다고 믿었다. 역사는 늘 진실로 간다고 믿었다.
오늘, 내 어리석은 믿음이 부끄럽다. 새삼 그 분이 나의 대통령으로 나타난 그 사실이 놀랍다. 그것이 가벼이, 사건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앞서서 나간 이들이 지키고 가꿔온 것을 이렇게 망가뜨린 내 어리석은 믿음이 부끄럽다.
운구차량이 봉하마을을 나서던 순간, 그곳에 모인 추모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한 나라의 지도자가 스스로를 증명할 길 없어 자살하는 나라, 억울하게 자살하는 이가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분의 예전 말씀이 생각나 분하고 원통하다.
그 분을 보낸다. 하지만 마음에 영원히 새긴다. 원치 않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지만 이런 후회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의 뒤를 이어 살게 될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니까. 그 분이 내게 그것을 남기고 가셨으니까.
이제 정말, 안녕히 가시길. 평안하시길. 부디, 평안하시길.
# by | 2009/05/29 19:42 | 안작가의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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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우리가 더 힘내야겠지..
함께 하자... ^^;
그렇게라도 그 분을 선택했던 게 그나마 제게는 위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