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0일
<본 얼티메이텀>의 환상적 액션, 현실의 환장할만 한 폭력
아카데미 동기 언니 덕분에 본 얼티메이텀을 봤다. 시리즈물이지만, 나는 1,2편을 보지 못했다. 망설였지만 뭐 대충 이해하겠지, 하고 영화를 보고는...완전 감탄했다. <다이하드 4.0>을 보고 스턴트 액션의 그 말도 안되는 짜릿함에 광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액션이 정말 죽음이었다. 부제를 단다면 '다이하드 시즌 2'랄까? 광란의 질주를 하다가 10층에서 떨어져도 사람이 죽지 않는구나 신기했고 난간 디디다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신발 바닥에 풀칠 좀 해야겠다 생각도 들었다. 그게 유치했다는 게 아니라 잘 맞아 떨어지는 그 논픽션의 액션 정말 죽이지 않나? 다시금 스턴트 액션 만세를 외치며 "데이빗, 살아줘서 고마워" 하게 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같이 본 언니와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 얘기가 나왔다. "왜 한국은 이런 걸 못 만들까?" "돈이 없잖아. 돈 있으면 우리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린 저런 시나리오가 없지" 뭐 이런 류의 대화를 하다가 한국의 액션은 너무 질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본 얼티메이텀은 액션 영화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로드무비기도 하다.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액션만큼은 호쾌하다. 실제로 저렇게 맞으면 장 파열이 되도 열두번은 됐을 거라는 걸 알지만 피 한방울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무술하듯 합을 맞춰 때려대니 후련해진다. 어차피 주인공은 죽지도 않을텐데 뭐.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액션 영화가 없다. 팀프로젝트 때 영화 기획하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도 이런 액션 분위기였는데, 한국에서 영화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너무 현실적이랄까 솔직하달까. 무슨 짐이나 사연은 그렇게 구구절절 많고 몇대 때리고 맞으면 다리 절뚝 거리고 머리에서 피는 철철 흐르고. 그렇게 액션이 끈적하고 질척하고 한이 서려있으니 한국영화 액션은 눈부터 가리게 된다는. 그게 한국영화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질펀한 액션은 불편해서 보고 싶지 않다는.
암튼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국영화가 그토록 보여주는 현실의 폭력을 두 건이나 목격해버렸다. 하나는 지하철 안. 일어 mp3를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옆칸인지 옆옆칸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다음 역에서 "나와 이 XX야" 같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싸움에 연루된 누군가 내리지 않은 모양인데 그냥 태우고 출발했으면 좋았을걸 기관사께서 계속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기 때문인지 결국 다 내린 듯 했다. 폭력이 세상에서 젤 싫은 나는 차마 옆칸으로 가 볼 생각도 못하고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온 사람이 "피가 장난이 아니야" 하길래 신고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지나는 지하철에서 보니 20대 초반의 남자애들이어서 조금 안심했다. 친구인 듯 했고 치기 어린 다툼이려니 했던 거다. 그래도 누군가 역장에게라도 알렸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아니었으면 어떡하지? 방조도 범죄다, 생각하니 남은 역들이 내내 불편했다.
겨우 겨우 진정하고 내려 아파트 단지를 향해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중앙 분리대를 차례로 들이받으며 광란의 질주를 하는 자동차가 보였다. 오늘 정말 왜 이러나 하고 혹 사고날까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얼마 안 가 멈추더니 이번에는 "내려 이 XX야"가 들렸다. 그리고 차에서 한 여자가 끌려 내팽개쳐졌다. 여자한테 폭력이라니, 이번에는 절대 신고다! 하는데 갑자기 차에서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 두 명도 내리는 거다. 부부싸움이었다. 어디 다녀오는 길에 다툼이 있었던 모양인데 다혈질 남편이 홧김에 가족들을 길에 버렸고 자기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가려면 자기가 걸어 갈 것이지, 부인이랑 죄 없는 아이까지 이 추운 날에 거리에 버리고 가다니 정말 비열한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나도 안다. 현실의 폭력은 이렇게 찝찝하고 불편하고 몸이 떨리는 분노를 만들어낸다. 대적하고 싶으면서도 주저하게 만든다. 인간이 절대로 약해지는 영역, 비열해지는 영역. 본의 액션에 환호했으면서 진짜 폭력에 잔뜩 쫄은 이 몇 시간의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같이 본 언니와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 얘기가 나왔다. "왜 한국은 이런 걸 못 만들까?" "돈이 없잖아. 돈 있으면 우리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린 저런 시나리오가 없지" 뭐 이런 류의 대화를 하다가 한국의 액션은 너무 질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본 얼티메이텀은 액션 영화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로드무비기도 하다.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액션만큼은 호쾌하다. 실제로 저렇게 맞으면 장 파열이 되도 열두번은 됐을 거라는 걸 알지만 피 한방울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무술하듯 합을 맞춰 때려대니 후련해진다. 어차피 주인공은 죽지도 않을텐데 뭐.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액션 영화가 없다. 팀프로젝트 때 영화 기획하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도 이런 액션 분위기였는데, 한국에서 영화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너무 현실적이랄까 솔직하달까. 무슨 짐이나 사연은 그렇게 구구절절 많고 몇대 때리고 맞으면 다리 절뚝 거리고 머리에서 피는 철철 흐르고. 그렇게 액션이 끈적하고 질척하고 한이 서려있으니 한국영화 액션은 눈부터 가리게 된다는. 그게 한국영화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질펀한 액션은 불편해서 보고 싶지 않다는.
암튼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국영화가 그토록 보여주는 현실의 폭력을 두 건이나 목격해버렸다. 하나는 지하철 안. 일어 mp3를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옆칸인지 옆옆칸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다음 역에서 "나와 이 XX야" 같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싸움에 연루된 누군가 내리지 않은 모양인데 그냥 태우고 출발했으면 좋았을걸 기관사께서 계속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기 때문인지 결국 다 내린 듯 했다. 폭력이 세상에서 젤 싫은 나는 차마 옆칸으로 가 볼 생각도 못하고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온 사람이 "피가 장난이 아니야" 하길래 신고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지나는 지하철에서 보니 20대 초반의 남자애들이어서 조금 안심했다. 친구인 듯 했고 치기 어린 다툼이려니 했던 거다. 그래도 누군가 역장에게라도 알렸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아니었으면 어떡하지? 방조도 범죄다, 생각하니 남은 역들이 내내 불편했다.
겨우 겨우 진정하고 내려 아파트 단지를 향해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중앙 분리대를 차례로 들이받으며 광란의 질주를 하는 자동차가 보였다. 오늘 정말 왜 이러나 하고 혹 사고날까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얼마 안 가 멈추더니 이번에는 "내려 이 XX야"가 들렸다. 그리고 차에서 한 여자가 끌려 내팽개쳐졌다. 여자한테 폭력이라니, 이번에는 절대 신고다! 하는데 갑자기 차에서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 두 명도 내리는 거다. 부부싸움이었다. 어디 다녀오는 길에 다툼이 있었던 모양인데 다혈질 남편이 홧김에 가족들을 길에 버렸고 자기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가려면 자기가 걸어 갈 것이지, 부인이랑 죄 없는 아이까지 이 추운 날에 거리에 버리고 가다니 정말 비열한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나도 안다. 현실의 폭력은 이렇게 찝찝하고 불편하고 몸이 떨리는 분노를 만들어낸다. 대적하고 싶으면서도 주저하게 만든다. 인간이 절대로 약해지는 영역, 비열해지는 영역. 본의 액션에 환호했으면서 진짜 폭력에 잔뜩 쫄은 이 몇 시간의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 by | 2007/10/20 01:44 | 안작가의 일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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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장감. 그건 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정말 감독의 힘이겠지?
우리의 힘은 무얼까?ㅋㅋㅋㅋ
본이 마치 건담처럼 보였다니까요.. 얼마나 멋지던지.. ㅎㅎ
폴그린그래스는 이제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듯 한데요.
다음작품 기대해봅니다.
한 동안 할리우드 액션 별로다 했는데 올해 다이하드하고 본 때문에 이 이상 잼있어지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