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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게으름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에 다녀오면서 일상에 균열이 생겼고 졸업을 앞둔 아카데미의 남은 일정과 고작 2개월 남짓 남은 2007년, 유통기한이 다한 것 같은 내 청춘이 준비 안 된 나를 몰아붙이고 있다.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왠지 다른 때보다 힘든 기분이다.

돌아보면 올해는 무수히 고민한 해였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가 그랬고 아카데미를 결정하기까지가 그랬고 아카데미를 다니는 내내 그랬다. 비슷하지만 결과의 지점이 달라야 하는 고민들을 반복하며 어리석게도 숱하게 반복해온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된다.

올 초였던가, 작년 가을이었던가, 지난 회사의 이사님과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가야 할 곳은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했다. 아직도 나는 지도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돌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젊으니 티도 나지 않을 정도겠지만 쉽게 말을 뱉고 그 말이 저만큼 앞서가 막아 설 때까지 두 손 놓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JPT를 준비하고 있다. 일상회화를 듣는 건 아주 조금 가능한데 읽기가 안되서 한자 음 익히느라 고생 중이다. 하지만 토익을 공부할 때보다는 백만배 재미있다. 올해는 늦었으니 내년에는 JLPT 2급 시험을 꼭 보려 한다. 이제 일어다!, 하면서도 이미 2년을 훌쩍 넘겨버린 토익 점수가 자꾸 거슬린다. 세속적인 미련은 못 버리겠고 토익은 보기 싫어 결국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다들 중국어라 하는데 왜 중국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지 모르겠다.

개인프로젝트에 다시 박차를 가하자고 다짐했다. 부산 갔다오고 인턴(이 용어 정말 싫지만) 결정하는 데 신경쓴다고 개인프로젝트를 거의 들여다보지 못했다. 형식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다잡을 게 한 두개가 아니다. 오늘 아카데미 동기 언니, 오빠의 프로젝트 PPT를 봤는데 머리 속으로 확 그려지는 게 있는 내용들이라 대단하다 하면서 초조해졌다. 언니의 프로젝트를 보면서는 내게 역사적 소양과 교양이 모두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준비하겠다고 다짐한 데이타베이스 축적은 대체 언제 시작하는 건지…

인턴이 결정됐다. K프로덕션이다. 사실 인턴이라는 용어는 최소한 내 입에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용되고 있는 말이라 달리 붙이기도 어렵다. 현장에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배우고 자신의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조언을 받는다는 의미의 인턴이 언제부턴가 아카데미 동기들에게 취직을 구걸하는 용어처럼 되어버렸다. 단언하건대 우리 탓이 아니다. 그러니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데 마치 직업소개서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일용직 기사가 된 느낌이 든다. 조금 괴롭다. 의연해지자, 불필요한 친절이 독이 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나를 다듬자, 다짐하는 중이다. 또 다짐인가 싶지만.

다시 나를 마주하려 한다. 요즘 부쩍 내 못난 모습이 거슬린다. 주저하고, 지나치게 조심하고, 엇나가지 않으려 계산하는 모습이 어떤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지 내게 답을 내려줘야 할 것 같다. 더이상 방황하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지금은 내가 조금 더 나를 믿고 치켜주고 단상 위로 올려줘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p.s.
오늘 아카데미 특강 시간에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최동훈 감독을 만났다.
놀랐다. 너무 잘생겼다.

by 천군만마 | 2007/10/18 01:32 | 안작가의 일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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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utomatic at 2007/10/19 04:26
저보다는 훨씬 부지런하시네요 ㅠㅠ
…… 지금처럼만 하시더라도 분명 좋은 걸과 있으실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이서현 at 2007/10/19 15:31
성지씨는 늘 통통 튀는 여자같아요~ㅋ 밝고,잼있고,착하고,씩씩하고....나 왜이러지^^;암튼 넘 좋아요~모든걸 새롭게 시작할 땐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오는 듯 합니다. 지금 저도 그 시점인것 같고요^^그래도 또다른 꿈을 꾼다는게 너무 좋은거 같아요^^우리 같이 홧팅하죠~홧팅!!
인턴을 그렇게 생각하고 가면 맘 불편해서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 올지도 몰라요~~성지씨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세욥. 좋은 기회 잖아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무를 옆에서 지켜보고, 배운다는거~
이제부터 드라마? 영화? ending credit에서 성지씨의 이름을 찾을께요^^
Commented by 감전조심 at 2007/10/19 17:10
힘내슈. 졸업기념으로 밥 한번 살테니 연락하슈~ anytime~
Commented by 감전조심 at 2007/10/19 17:19
참, 요즘 구독하고 있는 재미난 블로그 하나 소개^^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블로그 http://adman.egloos.com/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10/20 00:57
automatic / 오랜만입니다^^ 말만 늘 이렇게 하고 실천을 잘 못해서 문제에요. 계획쟁이거든요 제가 ;; 계획도 중요하다만 발 떼는 게 중요하죠. 다시 열심히 하려구요 ㅎ

쌤~ / 쌤이라고 부를 날도 얼마 안남았다는 ㅋ 내심 좋아라 하고 있습니다. 쌤의 새 시작 축하드려요~ 밝고 친근하고 진취적인 너무 너무 멋진 쌤이니까 앞으로도 좋은 일 있으실 거에요. ^^ 인턴도 열심히 할거구요. 엔딩 크레딧,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기대해주세욥. 히힛

감전조심 / 다음번 뵐 때는 대접해야지 하면서 백수라고 매번 얻어먹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__) 인턴 시작하고 연락드릴게요.^^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10/20 00:57
아, 블로그 소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2033 at 2007/10/21 02:07
성지! 나도 인턴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했어.
너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을 수 있었던 것도.. 마음을 새롭게 했기 때문이지^^
우리 내년엔 어떤 모습일까? 완전 기대되는 천군만마야!
나에게도 너는 천군만마구나! 나도 너에게 천군만마가 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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