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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호타루의 빛 - 사랑이라는 빛의 점등과 소등

평범한 OL 아메미야 호타루. 회사에서는 야무지게 일 잘하는 직원이지만 그녀에게는 남들이 예상치 못하는 본모습이 있다. 이름하야 '건어물녀'. 낡아빠진 츄리닝을 입고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질끈 묶고는 마루 끝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드라마 속 엽기캐릭터 묘사인데 나랑 똑같다 ;;) 연애보다는 반경 1m 내에 원하는 물건을 늘어놔 항상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생활도 연애감정도 말라 비틀어진… (묘사할수록 나랑 똑같다) 아무튼 이 '건어물녀' 호타루가 연애의 단계를 밟아가는 이야기가 드라마 '호타루의 빛'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이, 사랑을 정리하는 이
원작이 만화인 드라마지만 만화와 비교하는 건 실례일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만화를 봤지만 채 30장을 보지 못하고 포기했다. 만화는 '건어물녀'라는 재미있는 설정 외에는 그닥 특별한 게 없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드라마 '호타루의 빛'은 여러 재기발랄한 설정이 즐비하다.

먼저 '건어물녀'의 캐릭터 설정. 개인적으로 '노다메' 이후 가장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느낀 연애감정을 어떻게 진행시켜가야할 지 모르는 호타루의 소동은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진 상대에게 온 메일에 어떻게 답 메일을 보내야할 지 고민하고, 전혀 자연스러워지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도망가고, 첫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하는 호타루는 '건어물녀'의 설정과 진보를 보여준다.

'동거'를 다루는 방식도 재미있다. 처음 '호타루의 빛' 설정을 봤을 땐 부장과 호타루의 러브모드를 상상했다. 이전의 드라마가 동거를 다루는 방식이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타루의 빛'은 이 기대(?)를 무너뜨린다. 아직 4회 정도 남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장은 단순한 동거인으로 호타루의 진면목을 짚어주고 사랑을 향해 서투른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인물로 포지셔닝되어 있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호타루의 빛'은 사랑의 시작과 끝을 얘기한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던 호타루는 걸음마를 배우듯 차례차례 연애를 배워가며,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본가이자 호타루의 전세집으로 들어오는 부장은 오랫동안 함께한 사랑과 이별의 단계를 밟아간다. 한 공간에 엮인 두 인물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나누며 다른 사랑으로 나아가는 방식은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 드라마의 특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호타루는 같은 회사의 연하남인 마코토와 사랑에 빠진다. '건어물녀'의 홈그라운드를 지배하는 두 인물 외에 중요한 축이 되는 인물이 마코토다. 그런데 이 마코토는 드라마 속에서 그다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보여지는 모습만 보여주고 들려지는 모습만 들려준다. 호타루가 애닳아 고민하는 게 십분 이해가 간다. 마코토가 호타루를 좋아하는 건 분명해보이는데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딱 호타루가 이해하는 것 만큼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주인공의 비중을 차지했을 인물을 한 발 물러서 가다가는 방식이 이 드라마의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다. 어차피 연애라는 게 상대의 마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의 연애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밝히는 불빛으로의, 한 사람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단계로서의 연애를 다루고 있지 않은가. 호타루에게 사랑은 마코토라서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전환점이기에 의미있는 것이다.

이제 4회 남았다. 예고를 보니 호타루가 마코토와 진짜 동거를 선언하는 모양이다. 자신의 '건어물녀'로서의 모습을 솔직히 보여주겠다나. 진심으로 궁금해지는데, 내가 보기엔 사랑스럽기만 한 호타루가 정말 '무서운' 엽기녀의 모습인걸까? 무섭다고 하기에는 아야세 하루코의 호타루,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프로포즈 대작전'에서 마사미의 약혼남으로 등장했던 부장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나. 별 기대없이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의 남은 4회가 못견디게 기대된다.

by 천군만마 | 2007/08/27 22:36 | 드라마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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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umi at 2007/08/28 22:37
3분기 복병이였죠..저도 만화책은 1권만 읽고 포기했었는데..드라마는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요~

건어물녀 아호미야에게 거의 빙의수준으로 ^^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8/29 02:53
맞아요^^ 저도 게츠구(월요일 9시 드라마)인 퍼스트키스를 잼나게 보다가 호타루의 빛에 완전 빠져버렸습니다. 공감이란 부분에서 절대 우위인 것 같아요. 요즘엔 맥주 생각이 날때마다 아야세 하루카 생각난다는.ㅎ 힘을 가진 드라마적 구성이나 기획 요소는 많지 않지만 캐릭터를 살린 구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카 정도가 스타급 배우인데 나머지를 캐릭터와 에피소드, 기획으로 메웠다니 정말 대단하죠 ^^
Commented by JUDY at 2007/08/30 12:57
아호미야가 비루!비루!비루! 하면서 뛰어가는 거 너무 귀여워서 좋아해요.. ㅋㅋ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8/30 20:53
아호미야라는 애칭(?) 너무 우끼지 않나요? ㅎ 부장이 '아호미야!' 하면 아메미야가 '넵' 하는 게 너무 귀여워요 ㅎ
Commented by Nina at 2007/09/29 07:22
아 오늘 10회를 보고 너무 유쾌했는데.. 이렇게 잘 써주신 리뷰를 보니 그냥 재밌게 보기만 한 제가 좀 부끄러워지는 -_-a 정말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였어요, 좋았어요. ^^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9/29 20:00
별말씀을요~ 부끄럽습니다 ^^;; 정말 재밌었어요. 아호미야도 사랑스러웠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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