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2일
<커피프린스 1호점>, 원작과 '이야기' 비교해보기
5회 남았다. 연장 논의에서 승리해준 이윤정PD에 괜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늘어난 1편은 이야기의 연장이라기 보다 종영 이후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에필로그 형식의.
커프가 시작되면서 원작을 읽어봤다. 원작의 스토리를 염두하면서 드라마를 봤는데 굉장히 원작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원작자지만 '경성스캔들'은 소설의 설정만 옮겨온 데 반해 커프는 "한결스럽다" "은찬스럽다"는 말장난부터 자잘한 에피소드까지 거의 옮겨져 있었다. 알고보니 작가 중 한 명인 이정아 작가가 원작자인 이선미 작가란다. 트랜디 드라마 속성에 원작이 잘 들어맞은 측면도 있었겠지만 원작자가 작가로 나선 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사와 비쥬얼, 전개의 갭도 이해가 갔다.
이쯤에서 이야기만 두고 원작과 비교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 동성애코드 = "될 대로 되라지" -> "한번만 안아보자"
커프의 성공요인으로 동성애 코드를 드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윤은혜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였는지, 한결이 그렇게 진지하게 울고 불며 고민하지 않았다면 크게 동성애로 보여질 만한 설정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동성애코드를 다루는 데 있어 대사가 지나치게 전체적인 감정선을 넘어선 때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동성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포지션이 로맨스소설이고 독자는 이미 이 책이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남자주인공이 동성애 따위로 고민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소설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까지의 에피소드 나열에 충실하고 한결은 어느 순간 "될 대로 되라지"하고 외친다. 소설 속에서 동성애는 자동차 시동걸면서 급발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저 찰나에 그친다. 한결은 쿨한 안하무인이니 그 편이 소설 속 캐릭터와도 맞다.
드라마에서도 한결은 쿨하고 안하무인이라고 일컬어진다. 은찬이나 유주의 대사를 통해서다. 하지만 한결은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것이 극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한다. "한번만 안아보자"는 말로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싶어하고 동생 삼자고 하다가 다신 안 보겠다고 구는 등 심한 변덕 증상을 보인다. 그러니 쿨하다, 안하무인이다라는 대사는 튄다. 드라마 속에서 한번이라도 한결이 쿨한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여리고 약해서 보는 사람, 모성본능이 다 일어날 지경인데.
◈ 최한성과 한유주 = 한결, 은찬의 매개 -> 사각관계의 주인공
소설에서 드라마로 바뀌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바로 이 인물관계다. 소설 속에서 한성과 유주는 커피프린스 1호점 속 인물이라기 보다는 커피프린스 1호점 외전이나 후속작에 어울릴만한 인물이었다. 확실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두 인물의 갈등에 전면으로 끼어있지는 않았다. 드라마에서 한성과 유주의 관계는 소설 속 한성과 유주의 관계 끝에서 시작한다. 유주는 한성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한성은 아직 유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작에서는 한결과 은찬 관계의 적절한 윤활유였던 이들이 드라마로 오면서 매력적인 사각관계의 주인공이 됐다.
드라마에서 좀 더 깊게 다뤄지긴 했지만 동성애코드는 16부작 트랜디 드라마의 갈등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더 트랜디 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외연이 확장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성과 유주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인물과 관계로 재해석되었고 한결, 은찬과 적절히 엮였다. 그러나 드라마 초반 마치 전부인 것처럼 보인 이 사각관계는 일찌감치 종료되어 현재 독립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커프식구들 = 한결, 은찬의 매개 -> 한결, 은찬의 직장 동료
소설의 배경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그 안에 주인공과 다른 종업원들을 몰아놓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들은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단지 한결과 은찬이 가까워지는 계기일 뿐이다. 한결은 타인에 무심한 인물인 반면 은찬은 오지랖 넓고 정이 많다. 커프 식구들이 사건을 던지고, 여기에 은찬이 끼어들고, 은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결이 끼어드는 식이다.
아버지와의 마찰로 커피프린스에서 생활하는 하림 에피소드와 아버지의 포장마차를 돕기 위해 커피프린스를 그만둔다고 말하는 낙균(드라마 속 민엽) 에피소드는 은찬과 한결이 가까워지는 계기와 은찬에 의해 변하는 한결을 설명하고, 호스트바에서 돈을 들고 날랐다는 사실이 들통나 커피프린스를 깍두기들의 난장판으로 만드는 선기 때문에 한결은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홍사장은 소설 속에서 큰 비중이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커피프린스의 중요한 한 인물로 한결 식구, 은찬 식구와의 관계 설정이나 캐릭터화가 잘 되어 있다. 고비 때 정리 멘트를 날려주는 인물도 홍사장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의 매개 역할에 충실했던 커프 식구들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잇는 직접적인 사건의 고리는 되지 않고 있다. 더 입체화되었지만 별도의 스토리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도려낸다 해도 극 전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그래서 남은 이야기가…
사각관계가 종료되고 성별 논쟁도 끝났다. 드라마가 내세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 아직 5회나 남았는데 말이다. 무슨 얘기가 남았을까, 처음 PD와 작가가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짜놓은 걸까 생각하게 됐다.
소설의 이야기구조는 간단했다. 소설의 전개방식,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다. 발단에서 두 사람의 만남과 성별에 따른 오해를 던지고 둘을 같은 공간에 넣었으며, 전개에서 두 사람이 이런 저런 사건들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넣었고, 위기 + 절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갈등하는 과정을 넣었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반면 드라마의 이야기구조는 다르다. 은찬과 한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각관계와 그 한 축인 한성과 유주의 이야기가 있고 커프식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한결의 출생의 비밀과 은찬 모의 연애 문제도 있다. 드라마 초반 이 모든 이야기가 풀어졌고 지금까지 주인공과 얽히지 않고 따로 동동 떠다닌 이야기도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각관계였고 두번째 이야기는 은찬과 한결의 사랑이었다. 그렇다면 세번째 이야기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변의 갈등이 한결과 은찬을 중심으로 봉합되는 과정일 것이다. (설마, 은찬이 바리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은 아니겠지? 이제와서 꿈 타령이라면 좀…)
내 생각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커프의 이야기 자체는 중심없이 방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야기만 보자면 전혀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 청춘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사랑 타령만 있고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아침드라마 삘의 갈등이 산재해 있으니 말이다. 그게 트랜디 드라마다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청춘을 다룸에 있어서의 단선적인 접근과 사랑을 다룸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설정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다. 네 주인공은 물론이고 사랑스러운 커프 식구들까지, 남은 시간 무슨 일을 벌일지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커프가 시작되면서 원작을 읽어봤다. 원작의 스토리를 염두하면서 드라마를 봤는데 굉장히 원작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원작자지만 '경성스캔들'은 소설의 설정만 옮겨온 데 반해 커프는 "한결스럽다" "은찬스럽다"는 말장난부터 자잘한 에피소드까지 거의 옮겨져 있었다. 알고보니 작가 중 한 명인 이정아 작가가 원작자인 이선미 작가란다. 트랜디 드라마 속성에 원작이 잘 들어맞은 측면도 있었겠지만 원작자가 작가로 나선 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겠단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사와 비쥬얼, 전개의 갭도 이해가 갔다.
이쯤에서 이야기만 두고 원작과 비교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 동성애코드 = "될 대로 되라지" -> "한번만 안아보자"
커프의 성공요인으로 동성애 코드를 드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윤은혜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였는지, 한결이 그렇게 진지하게 울고 불며 고민하지 않았다면 크게 동성애로 보여질 만한 설정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동성애코드를 다루는 데 있어 대사가 지나치게 전체적인 감정선을 넘어선 때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동성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포지션이 로맨스소설이고 독자는 이미 이 책이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남자주인공이 동성애 따위로 고민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소설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까지의 에피소드 나열에 충실하고 한결은 어느 순간 "될 대로 되라지"하고 외친다. 소설 속에서 동성애는 자동차 시동걸면서 급발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저 찰나에 그친다. 한결은 쿨한 안하무인이니 그 편이 소설 속 캐릭터와도 맞다.
드라마에서도 한결은 쿨하고 안하무인이라고 일컬어진다. 은찬이나 유주의 대사를 통해서다. 하지만 한결은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것이 극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한다. "한번만 안아보자"는 말로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싶어하고 동생 삼자고 하다가 다신 안 보겠다고 구는 등 심한 변덕 증상을 보인다. 그러니 쿨하다, 안하무인이다라는 대사는 튄다. 드라마 속에서 한번이라도 한결이 쿨한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여리고 약해서 보는 사람, 모성본능이 다 일어날 지경인데.
◈ 최한성과 한유주 = 한결, 은찬의 매개 -> 사각관계의 주인공
소설에서 드라마로 바뀌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바로 이 인물관계다. 소설 속에서 한성과 유주는 커피프린스 1호점 속 인물이라기 보다는 커피프린스 1호점 외전이나 후속작에 어울릴만한 인물이었다. 확실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두 인물의 갈등에 전면으로 끼어있지는 않았다. 드라마에서 한성과 유주의 관계는 소설 속 한성과 유주의 관계 끝에서 시작한다. 유주는 한성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한성은 아직 유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작에서는 한결과 은찬 관계의 적절한 윤활유였던 이들이 드라마로 오면서 매력적인 사각관계의 주인공이 됐다.
드라마에서 좀 더 깊게 다뤄지긴 했지만 동성애코드는 16부작 트랜디 드라마의 갈등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더 트랜디 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외연이 확장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한성과 유주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인물과 관계로 재해석되었고 한결, 은찬과 적절히 엮였다. 그러나 드라마 초반 마치 전부인 것처럼 보인 이 사각관계는 일찌감치 종료되어 현재 독립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 커프식구들 = 한결, 은찬의 매개 -> 한결, 은찬의 직장 동료
소설의 배경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그 안에 주인공과 다른 종업원들을 몰아놓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들은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단지 한결과 은찬이 가까워지는 계기일 뿐이다. 한결은 타인에 무심한 인물인 반면 은찬은 오지랖 넓고 정이 많다. 커프 식구들이 사건을 던지고, 여기에 은찬이 끼어들고, 은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결이 끼어드는 식이다.
아버지와의 마찰로 커피프린스에서 생활하는 하림 에피소드와 아버지의 포장마차를 돕기 위해 커피프린스를 그만둔다고 말하는 낙균(드라마 속 민엽) 에피소드는 은찬과 한결이 가까워지는 계기와 은찬에 의해 변하는 한결을 설명하고, 호스트바에서 돈을 들고 날랐다는 사실이 들통나 커피프린스를 깍두기들의 난장판으로 만드는 선기 때문에 한결은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홍사장은 소설 속에서 큰 비중이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커피프린스의 중요한 한 인물로 한결 식구, 은찬 식구와의 관계 설정이나 캐릭터화가 잘 되어 있다. 고비 때 정리 멘트를 날려주는 인물도 홍사장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의 매개 역할에 충실했던 커프 식구들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잇는 직접적인 사건의 고리는 되지 않고 있다. 더 입체화되었지만 별도의 스토리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도려낸다 해도 극 전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그래서 남은 이야기가…
사각관계가 종료되고 성별 논쟁도 끝났다. 드라마가 내세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 아직 5회나 남았는데 말이다. 무슨 얘기가 남았을까, 처음 PD와 작가가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짜놓은 걸까 생각하게 됐다.
소설의 이야기구조는 간단했다. 소설의 전개방식,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다. 발단에서 두 사람의 만남과 성별에 따른 오해를 던지고 둘을 같은 공간에 넣었으며, 전개에서 두 사람이 이런 저런 사건들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넣었고, 위기 + 절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갈등하는 과정을 넣었다.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반면 드라마의 이야기구조는 다르다. 은찬과 한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각관계와 그 한 축인 한성과 유주의 이야기가 있고 커프식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한결의 출생의 비밀과 은찬 모의 연애 문제도 있다. 드라마 초반 이 모든 이야기가 풀어졌고 지금까지 주인공과 얽히지 않고 따로 동동 떠다닌 이야기도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각관계였고 두번째 이야기는 은찬과 한결의 사랑이었다. 그렇다면 세번째 이야기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주변의 갈등이 한결과 은찬을 중심으로 봉합되는 과정일 것이다. (설마, 은찬이 바리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은 아니겠지? 이제와서 꿈 타령이라면 좀…)
내 생각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커프의 이야기 자체는 중심없이 방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야기만 보자면 전혀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 청춘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사랑 타령만 있고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아침드라마 삘의 갈등이 산재해 있으니 말이다. 그게 트랜디 드라마다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청춘을 다룸에 있어서의 단선적인 접근과 사랑을 다룸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설정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다. 네 주인공은 물론이고 사랑스러운 커프 식구들까지, 남은 시간 무슨 일을 벌일지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 by | 2007/08/12 22:22 | 드라마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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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한결의 모성본능 자극. 넘 웃겨요!! 맞는말!! ㅎㅎ
5회까지 보고 포기해 버렸어요..
너무 중심되는 사건이 없이 여러 에피소드들의 나열로만 보이고..
한성-유주 커플의 사랑 나누는 장면들도 전혀 중심 내용과 연관성이 없어 보여요..
이렇게 난잡한 드라마 첨 보는 듯..ㅡㅡㅋ
막판에 너무 힘이 딸려서 안타깝네요.
커피프린스 성장과정에 사각관계인가 싶더니 동성애로 가버리고 지금은 뭐란 말인지 ;;;
근데 '태릉선수촌'이 홍자매의 극본이라니 새롭게 알았어요, 후훗
전 원작보다 드라마 에피가 더 다양하고 풍성해져서 좋았는데, 하림이 에피가 마이 약해지긴 했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