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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아름다운 그대에게 - 아기자기한 연애물에서 블록버스터급 학원소동으로

일본 후지TV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나카조 히사야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작품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기에 만화를 다시 보고 드라마는 2회분까지 봤다.
(현재 3회까지 방영한 것으로 안다.)
3분기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두 개가 동시에 방영하고 있어
만화와 비교하며 보면 재미있겠다 싶다.
만화 vs 드라마
2회분까지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먼저 올린다.


풋풋한 학원물 vs 블록버스터 학원물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만화에서는 청춘이라는 왁자찌껄함이 풋풋한 학원 멜로물이다.
여자아이가 동경하는 한 남자아이를 만나기 위해 남학교에
입학한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은
배경이야 어쨌든 사건사고 즐비한, 그래서 눈부신 학창시절이 주된 소재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있고 그 인물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을 만드는
전개 방식만 놓고 보면 다른 순정학원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만화 내 에피소드도 학교라는 곳의 라이프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학여행을 가고, 운동회를 하고, 방학을 맞이하는...
쓸데없는 데 열광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맙.소.사
학교가 이렇게 블록버스터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만화에서는 아기자기해 보였던 축제도 드라마로 옮기니까 대형 엽기 이벤트가 되고
만화에서는 일상의 하나로 보였던 운동회 장면도 
드라마로 옮기니까 되려 비현실적인 만화 실사화가 되버렸다.

좀 더 소소하고 귀엽고 말그대로 아기자기한 멜로물을 원했던 나로서는
초반 '이 작품은 픽션이니 설정은 대충 넘어가라'는 드라마 속 선언에서도 설마했던
예기치 못한 어이없음에 속이 다 상할 지경이다.
설정만 픽션으로 두면 됐을 것을, 왜 사건들마저 대놓고 픽션이었을까 ;;;

사실 이 대형화가 거슬렸던 건 생각해보면 꽃보다 남자 때문인 듯 싶다.
설정도 꽃남을 떠올리게 하는 게 몇몇 있는데
아름다운 그대에게 속 여자 교장선생님은 왠지 츠카사의 누나 같아 보이고
오사카 킹을 뽑는다는 축제는 TOJ 처럼 보이고
사노는 어딘지 츠카사와 루이의 짬뽕 같아 보인다.

꽃보다 남자는 럭셔리라는 설정 때문에 만화 자체도 블록버스터급이었고
드라마로 옮겼을 때도 TOJ 같은 장면은 용인됐지만
만화 원작인 드라마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약발 떨어지는 거 시간 문제라고.

이 드라마의 블록버스터적 성격은
대규모 꽃미남 집단 러쉬로 충분했을 것을.


개성있는 미소년 집단 vs  꽃미남 싸이코 집단

만화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실했고 그게 만화의 특장점 중 하나였다.
언제나 섹시 오로라를 발산하는 게이 양호선생이나
여자에게 인기 만점인 난파, 영을 느끼는.. 이름이 뭐더라..
그리고 등장마다 왁자지껄한 기숙사장 같은.
아, 물론 주요 캐릭터인 열혈 단순 나카츠를 빼놓을 수 없고.
만화에서 이들은 캐릭터 자체로 에피소드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이들은 그저 소란스럽기만 하다.
만화의 재밌는 인물 설정을 다 따오긴 했지만 
느닷없이 나타나 필연적인 사건을 생뚱맞게 부풀리고는 별 비중없이 사라져버린다.
11회로 끝내야 한다는 게 스피디한 전개를 요구해서일까?
그래도 게이 양호선생에게 섹시한 오로라 정도는 줬어야 하지 않나.
남잔 줄 알았던 아시야에게 도키도키를 느끼는 나카츠에게
진짜 핑크빛 연결고리는 줬어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주인공인 아시야와 사노.
아시야는 만화에서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만화에서야 주인공이 남잔지 여잔지 알게 뭔가. 남자라면 남자인 거지.
실사가 되면 그런 문제가 곤란할 거라는 게 십분 이해되지만
아시야 역을 맡은 호리키타 마키의 어설픈 남자 행세가 극의 집중도를 절대 방해한다.;
분량스럽게 가방을 어깨에 맨다든지 하는. 
만화 속 아시야는 정 많고 순수하고 단순하고 낙천적인 캐릭턴데
드라마 속 아시야는... 남장여자말고는 아직까지 아무 캐릭터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구리 맡았다 해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사노는 정말이지 츠카사와 루이의 짬뽕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구석에 폼 잡고 앉아서는 불만만 늘어놓는 상처입은 반항아 캐릭터.
아, 재수없다. ㅠ
만화 속 사노는 줄곧 아시야 보디가드 격이라 다정다감, 어른스러운 이미지였는데...
  소녀들의 로망 캐릭터 리얼 사노는 언제쯤 나오려나.


연애성공담 vs 재기성공담

어쨌거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전형적인 일본 순정만화다.
맹목적이고 순애보적 애정을 가진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몸바쳐 지키는 기사도 정신의 남자가 있다.
그래서 만화에서는 남장여자라는 소재 자체가 극의 심각한 갈등요인이 되지 않는다.
단지 두 인물을 한 장소에 넣기 적당하고, 극을 끌고가기 적당한 비밀이자 
다들 알만한 마무리를 짓기 적당한 소재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가 드라마에 넣기 무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연출자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담에 다른 한 축을 넣었다.
아시야 때문에 부상을 당해 높이뛰기를 포기한 사노의 재기담이 그것이다.
만화에서는 그저 사노와 친해지고 싶어서 남학교에 잠입했다,로 설정을 끝내지만
픽션이라고 전제하고 간 드라마에서는 그 사건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사노가 아시야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고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학교에 온 것으로 한다.
친절하지만 뭔가 밋밋해진 기분이다.
감동 강박증의 일본드라마에서 전형적인 전개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왜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아기자기한 학원물이 될 수 없었을까.
남학교에 잠입한 여학생이 겪는, 좋아하는 아이와 알콩달콩 연애를 완성해 가는
지극히 소소한 에피소드로는 정말 빛을 발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아직 3회까지 뿐이라 단정하기는 이르겠지만
청춘을 포기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택한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아쉬움을 날린다.
만화적 설정일수록 리얼리티를 택하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지,
공들인 CG 자리에 귀여운 미소년들의 일상이 담겼다면 좋지 않았을지...
일드에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인걸까?

by 천군만마 | 2007/07/23 01:19 | 드라마 이야기 | 트랙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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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UDY at 2007/07/23 16:30
감동강박증., 초 공감입니다. ㅋ
망가를 보지 않고 드라마만 봤는데.. 망가가 더욱 보고싶네요.. ^^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7/23 21:01
만화 말고 드라마만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JUDY at 2007/07/24 11:34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 느낀 느낌은 오구리슌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는구나, 자글자글 근육들 이쁘기도 하지.. 였습니다. ㅋㅋ 물런 저의 시청포커스는 (부끄럽게도) 사노의 매력이었습니다만, 원작이 순정만화인줄은 정말 몰랐네요. 천군만마님의 느낌에 공감합니다. ^^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7/24 20:39
ㅎㅎㅎ 오구리의 자글자글한 근육 예뻐요. 소녀들의 로망 사노 캐릭터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
Commented by 잠가루 at 2007/08/23 06:53
저 이거 3화를 계기로 쫑낸 드라마 입니다....
솔직히 만화를 굉장히 재밌게 봐서 번역이 다 안되고 아직 우리나에 출간 되지도 않은걸 불법으로 미리보고 했거든요 그래서 끝이 아직도 횡설수설 합니다.
어쨌든, 기대했건만 저 유머스럽지 않은 이벤트 유머는 무엇이며 몰입할수 없는 억지스런 감정 이입은 뭐란 말입니까..ㅠㅠ 호리키타 마키 연기 안습에.. 오구리슌은 제 기대주였는데 왜 다시 과거의 오구리슌으로 되돌아가려 하는지...
이 드라마 방영되기 전에 스틸사진이라도 보고 싶어서 우연히 찾다가 대만판 아름다운그대에게를 보게됐는데요 그게 훨씬 재미납니다.. 굉장히 만화의 연출을 잘 따라 가거든요.. 그리고 캐릭터들도 사랑스럽고 특히 사노를 연기한 남자배우한테 빠질려다 간신히 헤어나왔었습니다. 마지막은 만화랑 살짝 다르게 가지만 어쨌든 대만판이 재밌었으니 일본판은 더 재미나겠지!! 했는데.....
Commented by 천군만마 at 2007/08/23 23:59
저도 굉장히 굉장히 실망했습니다만,
나카츠를 연기하는 이쿠마 토마는 정말 귀엽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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