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이다.

오랜만이야 친구

정말 너무 오랜만이지? ;; 곧 네가 돌아와버리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

한국은 마른 장마래.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데 장마는 장마인데 비가 오지 않는 장마인거야.

무척 덥고 습하고, 아무튼 불쾌지수가 하루가 다르게 최고치를 갱신하는 날들이야.

그러고보니 그곳은 여기보다 훨씬 덥겠지?

참, 그때 벌레에 물려 가렵다고 했던 건 이제 괜찮은지 모르겠다. 흉터가 남으면 큰일인데 말이야.

나는 잘 지내.

실은, 다시 실업자가 되었어.

사정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고 그냥, 그렇게 되었어.

다 잘될거야! 라고 하기엔 정말 늙어버린 건지,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뭐 하나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네.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안팎으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렇게 나라가 망조로 접어드는구나 뉴스 보면서 한숨쉬는 날들이 계속,

물론 내 사정이 나락이라 지금은 그렇게 맘껏 호들갑 떨 여유도 없지만 말이야.

이제부터 뭘 할까 생각하면서 오늘은 머리를 하러 왔어.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참 많이도 돈 드는 일 하러 왔지 ;;

어제 저녁엔 걱정하시는 엄마 아빠한테 아빠 덕 좀 보면 안되냐고 되려 큰소리도 쳤어. 다분히 애교섞인 것이었지만. 

당분간은 책을 읽을까 해. 미뤄둔 소설들과 에세이집들, 특히 여행에 관한.

그리고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들을 찾아보려고.

지금의 날 이야기 속으로 빠뜨리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역시 주체할 수 없을만큼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건 딱 몇가지 뿐이야. ...

스물아홉이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게 돼.

딱히 열정적이지도 않았고 맘에 들게 마무리 지은 일도 없는 것 같아.

부쩍 눈물나는 일이 많아졌다.

외롭고, 가끔 슬프다 친구








by 천군만마 | 2008/07/15 20:19 | - 르완다의 친구에게 | 트랙백 | 덧글(0)

[영화] 크로우즈 제로, 간지 제대로인 액션으로 충분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를 본 것이 전부. 위트도 훌륭하다고 느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미술과 액션이었다. 크로우즈 제로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액션이 지나치게 리얼하거나 잔인하지 않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치고 박고 싸우는 영화에 액션만큼은 끝내주겠구나 생각했었다.

일단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 안심했다. 심하게 찌르거나 자르거나 하는 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칼이 신체 어딘가에 쑤욱 들어가거나 살벌한 기계 앞에 손목 같은 걸 잡아놓고 고문하는 건 아무리 슌이 나온다 해도 절대 볼 수 없을테니 말이다. 관람등급을 확인하고, 보다가 눈 감는 일은 없겠구나 했다. (결국 한 장면에서 지레 겁먹고 눈을 감긴 했지만; ) 

전교생이 교복을 입되 하는 일이라고는 쌈박질 밖에 없는 스즈란 고교. 여지껏 누구도 재패한 적 없다는 이 곳을 재패하면 자신의 조직을 물려주겠다는 야쿠자 아버지의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겐지(오구리 슌 역)는 스즈란으로 전학한다. 스즈란에서 현재 짱 먹고 있는 세리자와(야마다 타카유키 역)와 대적하기 위해 세력을 모으는 겐지는 어지간히 모였다 싶었을 때 세리자와 군단과 맞장을 뜬다. 이게 스토리의 전부다.

이 영화에 다른 건 필요없다. '짱 먹기 위한 액션 토너먼트'라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그 스토리를 메우는 죽이는 액션신이면 된다. 겐지의 성장과정일 필요도 없고 이들의 싸움에 철학이나 이유도 필요없다. 만화처럼 말도 안되게 쎈 놈들이 나와 100대를 맞아도 폼 나게 맞고 주먹을 날려도 폼 나게 날리면 된다. 캐릭터는 외형으로 설명이 충분하고 중요한 인물들에 한두가지 설정만 추가하면 그만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스토리가 아니라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카의 등장이나 미팅, 뇌종양 친구 같은 소재는 사족 같다. "얘들은 어디까지나 고등학생입니다" 알려주는 것 같고 "쌈박질이나 해서 뇌종양에 걸리거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야쿠자 똘마니가 되면 좋겠습니까?" 계몽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극 초반 클럽에서 루카가 노래 부르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액션신에 클럽에서 노래부르는 루카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낯간지럽다. 간지 좔좔 흐르는 만화 캐릭터들이 별안간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들처럼 느껴져 김 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우즈 제로의 액션은 적어도 내 시각에서는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비록 검은색 일색이지만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때와 마찬가지로 미술과 효과도 뛰어나다. 특히 마지막 비오는 날의 패싸움 장면은 속이 후련해지는 최고의 간지 액션이다. 간지라 하면 역시 슌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 정도 합이 맞아 떨어지는 액션이라면 '크로우즈 제로 2'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겐지가 스즈란 짱 먹는 그날까지 미이케 감독도 슌도 고고씽 해주시길!

<덧붙이는 말>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에서 본 미이케 감독의 위트는 이 영화에서도 십분 그 진가가 발휘된다. 가난한 싸움짱 세리자와 캐릭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 남들 검은 우산 들고 나타날 때 혼자 빈티나는 흰 우산 들고온 건 정말 우꼈다. 볼 때마다 전차남이 생각나 찌질하다는 인상을 도통 지울 수 없는 타카유키 군은 그래도 연기는 좀 한다.

영화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던 간지남 슌. 슌이 아니었다면 누가 미이케의 겐지를 연기할 수 있었을까??? 슌의 종이짝 같은 간지 몸매와 작은 머리통 때문에 영화 본 후에도 계속 생각난다 이 영화 ;;;


<사진출처 = 네이버>

by 천군만마 | 2008/07/11 16:15 | Drama Holic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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